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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혁신의 상징, 난양공대 러닝허브를 가다.

관리자 2019-09-20 조회수 1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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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이 주최하는 미래대학 콜로키엄 싱가포르 워크숍에 참여한 연수단이 난양공대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이 주최하는 미래대학 콜로키엄 싱가포르 워크숍에 참여한 연수단이 난양공대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허지은 기자)




[싱가포르=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난양공대의 하드웨어가 학생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난양공대 학생들은 한 곳에서 수업을 듣고 토론한다. 그 공간의 구성도 창의적이다. 학생지원시설과 강의동을 결합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본지 부설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이 주최하는 미래대학 콜로키엄 싱가포르 워크숍이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현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지 워크숍은 10주간 미래대학 콜로키엄을 통해 미래 대학의 변화를 예측하고 혁신을 준비한 데 이어 실제 혁신 현장을 방문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싱가포르 방문은 일반대와 전문대 보직자, 교직원 등 15명으로 구성된 연수단이 싱가포르 대학 혁신 노력을 벤치마킹하기로 결정한 데 따라 이뤄졌다.



연수단은 특히 이번 워크숍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난양공과대학교 러닝허브를 돌아보고 창의적 교육 환경과 공간에 담긴 교육 철학, 혁신적인 교수법 도입이 특히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크며,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16일 연수단은 난양공대 방문으로 공식적인 일정을 시작했다. 난양공대는 아시아의 MIT라고도 불리는 싱가포르의 공립대학이다. 공과대학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난양공대는 과거 한국의 카이스트와 홍콩 과학기술대학교를 벤치마킹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혁신을 거듭한 끝에 지금은 QQS(Quacquarelli Symonds)가 실시한 ‘2020 QS 세계대학평가(QS World University Rankings 2020)’에서 세계 11위, 아시아 대학 중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수준 대학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이날 연수단의 눈을 사로잡은 건물은 난양공대의 ‘러닝허브(Lenrning Hub)’다. 난양공대는 ‘하이브(The Hive)’와 ‘아크(ARC)’라는 두 개의 러닝허브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하이브는 벌집 모양의 독특한 형태로, 연수단은 한동안 건물 외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수단을 놀라게 한 것은 건물 외관뿐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입장한 연수단원에게서 "안은 더 멋지다"는 감탄사가 나왔다. 안을 실제로 보고 난 뒤, 난양공대의 교육 혁신을 상징하는 대표 건물은 러닝허브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모두가 하게 됐다. ‘학습의 중심’이라는 이름과 어울리게 이곳은 ‘플립드 러닝’을 위한 맞춤형 강의 시설로 건물 전체가 설계됐기 때문이다. 하나의 큰 유기체로 숨을 쉬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한국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현재 난양공대 대학원에서 생명공학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유준엽씨는 “난양공대 학부생 수업의 대부분이 러닝허브에서 이뤄진다”며 “새로운 학습, 생활, 연구 및 레크리에이션 공간을 통해 여러 분야의 연구와 대학 문화를 육성하기 위해 러닝허브가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러닝허브의 강의실은 일반적인 강의실과 다르다. 각각의 강의실이 전체적으로 원형에 가까운 곡선 형태로 이뤄져 있고, 5명의 학생이 둘러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 5개로 구성돼 있다. 한국의 강의실이 직선 형태로, 교수가 설명을 하는 교탁과 앉아서 설명을 듣는 책걸상으로 줄줄이 배치돼 있는 점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모든 학부생이 수업을 듣는, 오직 강의만을 위한 공간인 러닝허브가 이처럼 토론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려졌다는 점은 이론 중심의 '티칭(Teaching)'형 수업이 아닌 '러닝형' 수업으로 전면 개편했다는 선언과도 같다.



러닝허브 강의실 각 테이블의 가운데에는 학생들이 노트북을 연결할 수 있도록 플러그가 설치돼 있다. 원형의 강의실 벽에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어, 학생들이 어디에 앉더라도 수업자료를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러닝허브 강의실 내부.
러닝허브 강의실 내부.




러닝허브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학생 편의시설이 강의공간과 조화돼 있다는 점이다. 보통 강의동과 학생편의 시설을 분리한 한국의 대학과는 다른 모습이다. 학기 중에는 하루 종일 러닝허브에서 수업 준비와 토론, 실제 수업, 과제를 하면서 상주하기 때문이다.



7월인 지금 싱가포르는 우리와 같은 여름 방학 기간이다. 하지만 방학 중임에도 강의실 밖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또는 노트북을 펴 놓고 자료를 작성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이들을 위한 자유 토론 공간이 강의실 외부 곳곳에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러닝허브 '하이브' 내부.
러닝허브 '하이브' 내부.




또한 난양공대에서는 출석체크가 그리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난양공대의 평가 주안점은 ‘학생이 얼마나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내재화했는가’이지 현장 강의 출석은 중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대학의 흔한 아침 풍경인, 오전 9시만 되면 정문부터 강의실까지 전력질주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난양공대에서는 발견하기 힘들다.



난양공대에서 재직하고 있는 한인 교수인 윤호섭 교수(생명공학)는 “출결에 대한 규제는 없다. 출석체크 시스템 자체가 필요 없다”며 “대신 리포트 내용에, 수업에서 다룬 이야기를 자신의 말로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를 살핀다”고 설명했다.



연수단 가운데 한 교수는 “한국 대학은 학생 출결관리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는지, 출결여부를 확인했는지 이같은 내용을 교육부로부터 관리, 감독받는다”며 “이런 보수적인 상황에서 난양공대와 같은 ‘자유롭고, 유연한 교육 혁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말했다.



러닝허브와 더불어 난양공대가 혁신적인 교수법을 대대적으로 시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교육 시스템 뒷받침도 한몫하고 있었다.



난양공대가 바로 세계 최초로 MOOC를 통해 학점 수료, 학위 취득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대학이기 때문이다. 현재 난양공대 재학생 중 1만2000명의 학생들은 MOOC를 통해 학점을 취득하고 있다.



이런 ‘콘텐츠 친화형’인 난양공대의 분위기 덕에 이곳 교수들은 MOOC용 강의가 아니더라도 강의를 콘텐츠화해 학생들이 미리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학생들은 수업 전 미리 동영상이나 PPT 형태의 수업자료를 숙지한다. 현장 수업에서 교수의 역할은 가르치는 것보다 조력자에 가깝다.



윤호섭 교수는 “스크립트를 준비해 스튜디오에서 강의를 촬영해 올린다”며 “학생들에게 콘텐츠를 주면 미리 학습을 해 온다. 그럼 수업에서는 열 명 정도가 함께 토론을 하고, 교수는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질문에 답을 해준다. 그러나 티칭 중심 강의보다 훨씬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연수를 마치며 기자는 우리도 난양공대 러닝허브와 같은 수요자 중심의 학습 공간, 새로운 교수법을 시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출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



연수단에 참가한 한 대학 교수는 “토론 수업이 가능하려면 소규모 강의여야 한다”며 “하지만 학생 전체를 ‘토론식 강의실’에서 교육한다는 말은 결국 지금보다 강의실 개수가 더 많아져야 하는데 대학에 돈이 없으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교육에 대한 정부의 너무 많은 규제와 국내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도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자조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와 같은 혁신 사례를 적용하고자 하는 대학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규제를 완화해야만 국내 대학의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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